제목 조음장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자 2013-07-11
조회수 4648

 난청이 아니면서도 부정확한 발음을 하는 증세를 "조음장애"라고 일컫습니다. 뇌의 한 부분이 잘못된 것이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고 혀가 짧아서 그렇다고 하여 혀 밑의 끈을 잘라주는 수술(설소대수술)을 받는 어린이도 있지만 사실은 왜곡된 청각으로 인해 소리가 바르게 들리지 않는 것이 조음장애의 원인입니다.
 
 조음장애 어린이들의 청각을 검사해 보면 예외없이 모음의 주파수(1000 ~ 1500 헤르츠)를 자음의 주파수(125 ~ 750 헤르츠)에 비해 크게 듣는 청각이 나타납니다. 실제로 그 어린이들의 발음을 유심히 들어보면 모음발음은 비교적 정확하다는 것을 (예 : 자동차→아오아, 전화기→거나디, 코끼리→또띠리, 등) 알 수 있습니다. 그 어린이들은 상대적으로 크게 들리는 모음으로 인해 자음이 파묻히거나 변형되어 들림으로서 자신에게 들리는 대로 발음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정확한 발음을 하는 성인들에게 왜 그렇게 발음을 하느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나는 내 발음이 다른 사람들 발음하고 어떻게 다른지 구별이 안 돼요"
 
 앞니가 없거나 부정교합이 심한 사람은 정상적인 청각을 지니고 있다 해도 부정확한 발음을 할 수 있지만 이럴 경우에는 외관상 표가 납니다. 또한 만 3세 이전의 어린이는 아직 구강이 덜 발달되어 있으므로 정확히 들리더라도 그대로 발음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외관상 특별한 문제가 없고 난청이 아닌 만 3세 이상의 어린이나 성인이 부정확한 발음을 한다면 그 원인은 왜곡된 청각에 있다고 보시면 틀림 없습니다.
 
 발음이 부정확한 어린이도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해 주면 의외로 정확하게 따라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말을 천천히 그리고 한 음절, 한 음절 정확하게 들려주면 자음과 모음 사이에 시간간격이 생겨 모음의 방해 없이 자음이 깨끗이 들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 역시도 조음장애가 혀나 뇌의 문제가 아닌 청각의 문제임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이비인후과에서는 모든 주파수에 걸쳐 40 데시벨 크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정상적인 청각으로 간주합니다. 즉, 어떤 주파수는 0 데시벨에서 듣고 또 다른 어떤 주파수는 40 데시벨에서 듣더라도 이비인후과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청각인 것입니다. 그러나 양쪽 귀 모두가 모음(1000 ~ 1500 헤르츠)을 0 데시벨에서 들으면서 자음(125 ~ 750 헤르츠)은 40 데시벨이나 되어야 듣기 시작한다면 (그래프 1) 자음이 정확히 처리되기 어렵습니다. 만약 우리가 그 어린이에게 30 데시벨 정도의 크기로 속삭인다면 그 어린이는 "교장선생님"을 "요아어애이"로 들을 지도 모릅니다. 같은 자음을 한쪽 귀는 0 데시벨부터 듣고 다른 한 쪽 귀는 40 데시벨부터 듣는 (그래프 2) 어린이는 "ㄱ" 이 "ㄷ" 으로 들리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 "코끼리"를 "또띠리"로 발음하기도 합니다. (<그래프 2-1>은 저를 찾았던 한 조음장애 어린이의 실제 그래프이며 <그래프 2-2>는 제가 AIT 초창기때 만났던, 실제로 "코끼리"를 "또띠리"로 그리고 "꾀꼬리"를 "뙤또리"로 발음하던 만 7세 남자어린이의 청각그래프입니다)
 
 

* 가로수치(125 ~ 8000)는 주파수(헤르츠), 세로수치(-10 ~ 100)는 소리크기(데시벨)

 

 이와는 정반대의 경우로서 난청인 어린이들은 자음의 주파수(125 ~ 750 헤르츠)가 모음의 주파수(1000 ~ 1500 헤르츠)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들리는 청각(그래프 3)을 지니고 있습니다. 난청은 진행형이며 높은 주파수부터 안 들리기 시작하므로 낮은 주파수인 자음이 그나마 조금 들리는 것입니다. (<그래프 3-1>은 난청초기인 30대 여성의 실제 그래프입니다)
 

 



 
 조음장애의 원인이 청각에 있음은 베라르 방식의 청각검사를 통해 쉽게 확인됩니다. 그러나 혹시 어린이가 청각검사에 응할 수 없는 상태일지라도 그 어린이의 발음을 들어보면 그 어린이의 부정확한 발음이 청각왜곡(그래프 1, 그래프 2)에 의한 것인지 난청(그래프 3)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라는 발음을 "가동타", "아옹아" 등으로 발음하는 어린이는 모음이 정확하므로 청각왜곡 증세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에 "자동차"를 "즈드으"로 발음하는 어린이는 자음 중심의 발음을 하므로 난청 증세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에서 "ㅊ"은 자음이지만 한 개 이상의 자음(ch)이 모여서 이루어진 복합자음으로서 모든 복합자음들(th, sh, ph 등)은 모음보다도 높은 2000 헤르츠 이상의 주파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난청 어린이들에게 복합자음은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AIT가 난청의 진행을 멈추게 할 수는 있으나 난청을 정상청각으로 만들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난청은 이미 많은 청각세포들이 죽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왜곡된 청각(모음이 자음보다 크게 들리는 청각)을 바로잡는 데에는 100%에 가까운 성공률을 보입니다.
 
 AIT로 청각왜곡이 해결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완벽한 발음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잘못된 청각으로 인해 그동안 듣지 못했던 음들이 들리기 시작하더라도 그 발음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입술과 혀가 그 발음을 당장 정확히 만들어 내지는 못합니다. 이 현상은 우리가 생소한 외국어를 정확히 들었더라도 완벽한 발음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베라르연구소 소장 송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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