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T 이후의 청각변형

 

 아래는 작년(2012년) 10월에 1차, 금년 4월에 2차 AIT를 받은 박창호(가명, 남) 어린이의 청각그래프들입니다. (1차 AIT 당시 창호는 만 5년 11개월이었습니다.)
 

 

* 가로수치(125 ~ 8000)는 주파수(헤르츠), 세로수치(-10 ~ 100)는 소리크기(데시벨).

* 좌측 그래프는 우측 귀, 우측 그래프는 좌측 귀.

* 상단은 AIT 이전의 그래프, 하단은 AIT 이후의 그래프.

* 검사의 모든 과정은 보호자 입회 하에 진행됨.

 

 1차 AIT 시작 직전에 행해진 청각검사에서는 조음장애, 언어이해력부족, 과민청각, 감정기복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그래프 1-1) 발견되었습니다. 그날로 AIT가 시작되었고 10일 후 창호는 완벽한 청각(그래프 1-2)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AIT 10일 과정을 마치기도 전에 이미 창호는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엄마를 기쁘게 했습니다.

 

 그로부터 4개월 정도 지난 금년 2월, 저는 창호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창호의 청각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청각검사 결과, 창호는 정상범주의 청각(그래프 2)을 유지하고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한 달 후 저는 다시 한 번 창호 엄마로부터 창호의 청각검사를 의뢰받게 되었습니다. 나는 창호 엄마가 아들의 청각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창호의 청각을 점검해 보기로 했습니다.

 

 저의 예상과는 달리 창호의 청각(그래프 3-1)은 그 사이에 일그러져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창호는 지난 한 달 동안 피아노학원을 열심히 다녔는데 그 학원이 엄마가 느끼기에도 너무 시끄러웠다고 합니다. 결국 창호의 청각은 금년 4월 말에 시작된 2차 AIT로서 정상으로 (그래프 3-2) 회복되었습니다.

 

 

만연한 소음들

 

 저는 단 한 번의 음악회 관람 후 한 쪽 귀 청력을 상실한 40대 여성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태권도장에서 사범으로 일하던 한 청년은 스피커 옆에서 청소를 하던 중 관장님이 갑자기 스피커를 켜는 바람에 그날 이후 몇 년째 청각통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5년 전, 단 한 시간의 경비행기 탑승이후 청각이 과민해져 결국 다니던 직장을 사직하고 지금까지 집에서 은둔하고 있는 젊은 여성도 있습니다. 에어쇼 관람 후 귀가 망가진 사람들도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몇몇 학교들에서는 어린이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난타를 권장하기도 하는데 이런 행위는 그 어린이들의 귀를 난타하여 피멍이 들게 하는 것입니다. 실내에서의 사물놀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는 극장을 가더라도 스피커에서 멀리 떨어져 앉으며 비교적 안전했는데 이제는 스피커가 사방에 달려있으니 극장 안에서는 안전지대가 없습니다. 미국의 한 기관에서 발표한 자료(자료실 글번호 4번 “소음의 위험성” <표 1> 참고)에 의하면 극장의 소음은 118 데시벨입니다. 극장마다, 영화마다 소음 정도가 다르겠지만 118 데시벨 크기의 소리에서 우리의 귀가 견딜 수 있는 한계는 채 5분이 되지 않습니다.

 

 유치원 행사에 참여해 본 부모들은 아실 것입니다. 그 행사가 얼마나 시끄러운 환경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지를. 어린이전용 놀이시설, 체육시설 등에서도 120 데시벨 크기 이상의 소음을 쉽게 접하게 됩니다. 의학적으로 120 데시벨은 순식간에 청각세포 40 퍼센트를 파괴할 수 있는 크기(자료실 글번호 4번 “소음의 위험성” <화면 4, 5> 참고)입니다.

 

 

청각보호

 

 귀가 먹먹하거나 귀가 따가운 환경은 자녀를 위해서 뿐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도 무조건 피해야 합니다. 지나친 소음을 장시간 접하면 귀는 적응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빠질 뿐입니다. 소음방지장치가 되어있지 않은 피아노학원이 위험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집에서 피아노를 칠 때에도 방문이나 창문을 열어 놓는 것이 좋습니다. 벽에서 반사되어 귀로 들어오는 음이 귀를 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행기를 탈 때에는 창가 쪽 보다는 엔진소음(130 데시벨)이 덜 들리는 복도 쪽에 앉는 것이 안전합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던 중 너무 시끄럽다고 느껴지면 입장료가 아깝더라도 그냥 나오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AIT 종료 후 주의사항” 언제까지 지켜야 하는가?

 

 제가 “AIT 치료 중/종료 후 주의사항”(FAQ 4번)에서 금하는 장소(수영장 제외), 행동 등은 청각보호를 위함입니다. 이 주의사항들은 AIT 중인 혹은 AIT를 마친 어린이들에게만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눈을 평생 보호해야 하듯이 귀도 평생 보호해야 합니다. 라식수술이나 라섹수술로 좋은 눈을 가지게 되었더라도 눈의 보호를 위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AIT로서 좋은 귀를 가지게 되었더라도 관리를 소홀히 하면 귀는 다시 망가질 수 있습니다. “AIT 종료 후 주의사항”을 언제까지 지켜야 하는가 하고 묻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이는 귀를 언제까지 보호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과 같은 것입니다. 귀는 눈과 마찬가지로 평생 보호되어야 합니다.

 

 

참고:

FAQ 4번 AIT 치료 중/종료 후 주의사항

자료실 글번호 3. Deafening Asia

           글번호 4. 소음의 위험성

           글번호 5. 이어폰/헤드폰, 청각파괴의 주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