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에서 영재로
몇 주 전, 저는 자녀의 2차 AIT를 위해 저를 찾은 한영애(가명, 여, 만 3세) 엄마로부터 AIT 이후 자폐에서 영재로 탈바꿈한 박철주(가명, 남, 현재 만 5세)의 얘기를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철주는 2011년 6월(당시 만 33개월)에 1차, 그리고 같은 해 11월(당시 만 38개월)에 2차 AIT를 받았습니다. 다음(『 』)은 제가 영애 엄마로부터 들은 철주에 관한 내용입니다.
『철주 엄마는 1차 AIT 이후에는 철주에게서 특별한 변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2차 AIT를 마치면서 철주가 언어, 사회성 등의 면에서 급격한 향상을 보이자, 다음 해(2012년) 3월, 조심스럽게 철주를 일반유치원에 입학시켰습니다. 유치원에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철주 엄마는 유치원 선생님으로부터 유치원에 와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엄마는 철주를 다시 특수유치원으로 보내라는 것이리라 생각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유치원을 찾았으나 엄마의 걱정과는 달리, 선생님은 철주에게 영재교육을 시킬 것을 권했습니다. 2014년 3월 현재, 철주는 일반유치원 과정과 영재교육 과정을 무리 없이 병행하고 있습니다.
2차 AIT 이후 철주가 자발어를 시작하고 친구들에게 관심을 보이자 엄마는 과감하게 모든 특수치료들을 중단시켰습니다. 한 기관으로부터 영양보충제를 권유받기도 했으나 그 약의 성분들이 철주에게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고려하여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기관에서 고압산소치료도 제안 받았지만 부작용들(경기, 귀통증, 중이염 등)을 우려하여 이 역시도 거부했습니다.
철주 엄마는 약사여서 풍부한 의학과 약학 지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해 왔던 특수치료들(감각통합훈련, 언어치료, 놀이치료 등)을 정리하며 망설임도, 두려움도 있었으나 결국 엄마의 결단이 오늘의 철주를 만든 것입니다. 철주 엄마는 지금의 철주가 있기까지 AIT가 결정적 역할을 했음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2차 AIT 이후 어떠한 특수치료도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AIT 이후의 특수치료들
제가 모든 특수치료들의 효과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폐성향 어린이들에게 행해지는 특수치료들은 그 어린이들이 좀 더 편하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도록 돕는 데에 그 취지가 있습니다.
지난 20년간 저는 수많은 자폐아동들을 만나면서 철주처럼 AIT 이후 극적인 발전을 이룬 어린이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실제로 소문 없이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어린이들의 수는 그보다 훨씬 많으리라 추정됩니다. 제가 알고 있는 한 그들의 공통점은 특수치료들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AIT 이후에 무조건 특수치료들을 접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어린이가 1차 혹은 2, 3차 AIT 이후에 사회성, 자발어 향상 등 분명한 발전을 보였다면 이는 잠자던 좌뇌가 깨어났다는 표시이므로(자료실 “자폐성향, AIT의 역할(1)” 참고) 치료방식의 전환을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치료사들은 AIT의 효능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어린이에게서 나타난 변화들을 무시하고 기존의 치료방식과 진도를 고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의 이런 행동은 자칫, 그 어린이의 무한한 잠재력을 꺾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저는 AIT가 철주를 영재로 만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철주의 영재성이 AIT로 인해 표면으로 드러났다고 보는 것이 더욱 합당할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특수치료들을 중단한 엄마의 냉철한 판단과 결단이 없었다면 철주는 지금과 매우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메인스트림(mainstream)
영어에 mainstream이란 단어가 있습니다. 명사로는 ‘주류, 대세’란 뜻이지만 동사로는 ‘장애아동이 정상아동이 되다’라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He was mainstreamed."라고 하면, ‘자폐성향 어린이가 정상어린이로 탈바꿈하다.’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부모들은 AIT 이후의 특수치료들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그것들에 들인 엄청난 시간과 비용으로 인해, 오히려 자녀가 mainstream에 합류하려는 것에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베라르연구소 송승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