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2. 학습장애
작성자 yns00
작성일자 2016-03-16

2. 학습장애

 

 

 

2-1.ADHD

 

 

  높은 지능이 요구되는 컴퓨터 오락이나 퍼즐 등에는 놀라운 재능을 보이면서도 기본적인 학습조차 되지 않는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그 어린이들은 대체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때를 제외하곤 한 곳에 차분히 앉아 있지를 못하며 교실에서도 선생님 말씀에 거의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 어린이들을 이토록 산만하게 만드는 요소가 무엇일까요?

 

  멀쩡한 사람이라도 옷 속에 개미 한 마리가 들어가서 돌아다닌다면 가만히 앉아 있기 힘들 것입니다. 정신을 집중을 해 보려고 애를 써도 잘 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산만한 어린이들의 옷 속에 개미가 들어가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그들의 정신집중을 방해할 뿐 아니라 그들로 하여금 과잉행동을 하게끔 유도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산만한 어린이들의 청각을 검사해 보면 그들이 예외 없이 몇몇 높은 주파수의 음들에 매우 민감한 청각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특수한 청각으로 인해 보통 사람들이 듣지 못하거나 듣더라도 무시할 만한 소음들을 엄청나게 많이 듣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의 귀를 잠식하고 있는 많은 소음들은 그들로 하여금 막상 들어야 할 소리에는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극심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들이 집이나 학교에서 소리로 인해 받는 과도한 스트레스는 난폭한 행동 혹은 심한 투정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청각검사 후 제가 보통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많은 소리들을 듣고 있는 그들의 특별한 청각에 대해 설명했을 때 어린이와 엄마의 반응들 중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사례 1>

엄마 : 그럼 진짠가? 이 녀석이 밤만 되면 윗집 싸움하는 소리 때문에 공부를 못하겠다고 해서 저는 거짓말하지 말라고 야단만 쳤죠.

어린이 : 나는 윗집 TV 채널 바꾸는 소리까지 들려.

 

 

<사례 2>

어린이 : 나는 윗집 개가 바닥 긁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엄마 : 윗집에 개가 있어?

 

 

<사례 3>

어린이 : 맞아요, 나는 옆집 소리가 다 들려요.

엄마 : 근데 왜 얘기 안 했어?

어린이 : 난 엄마도 듣는 줄 알았죠.

 

 

 이런 어린이에게는 거의 예외 없이 ADHD(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집중력 및 과잉행동장애)라는 진단이 소아정신과로부터 내려지며 약물치료 대상으로 분류됩니다. 일단 ADHD 약물의 복용을 시작한 어린이들 대부분은 구토, 식욕부진, 수면장애 등의 부작용을 보이지만 무기력해져서 더 이상 과잉행동을 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발단인 과민청각은 그대로 남아있으므로 약의 복용을 중단하는 그 순간부터 다시 예전의 모습이 나타나게 되며 결국은 점점 더 복용하는 약의 양을 늘려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게 됩니다.

 

 

 

2-2.난독증

 

 

  글을 원활히 읽지 못하는 증세를 난독증(dyslexia)이라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전체 인구의 5 ∼ 10 %가 이 증세를 지니고 있을 정도로 흔합니다(1994. 9.21/28 NEWSWEEK 한글판). 난독증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들이 있지만 베라르 박사는 청각왜곡이 난독증의 주된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청각왜곡으로 인해 정확한 발음을 익히지 못한 어린이들은 책을 소리 내어 읽을 때에도 역시 정확한 발음을 하지 못합니다. 그런 어린이들은 대체로 자음 계통이 취약하므로 받침이 들어간 단어를 읽을 때 특히 곤란을 겪게 됩니다. 책을 읽을 때마다 선생님 혹은 부모님으로부터 지적을 받다 보면 책읽기를 점점 멀리하게 되기 쉽습니다.

 

  이보다 더욱 심각한 경우로서, 글 자체를 아예 배우지 못하는 어린이들도 있습니다. 읽기가 어느 정도 숙달되고 나면 소리를 내지 않고도 얼마든지 글을 읽을 수가 있으나 처음으로 글을 배우는 단계에서는 반드시 소리를 내어 읽어봐야 합니다. 그러나 자기가 내는 소리가 어떤 음은 오른쪽 귀에서 어떤 음은 왼쪽 귀에서 울리는 청각을 지니고 있다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말더듬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이러한 청각을 지닌 어린이는 난생 처음으로 글을 접하는 순간부터 혼동에 빠지게 됩니다. 왼쪽 귀로 들린 소리와 오른쪽 귀로 들린 소리가 언어세포에 도착되는 속도가 다르므로 인해 막상 자기가 읽은 글자가 자기에게는 이상하게 들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자음은 왼쪽 귀에서 울리고 모음은 오른쪽 귀에서 울리는 청각을 지닌 어린이가 「가」 라는 글자를 읽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오른쪽 귀에서 울린 소리가 더욱 빠르게 언어세포에 도착하는 원리로서 (그림 2-C 참고) 그 어린이에게는 나중에 나온 모음이 먼저 나온 자음보다 먼저 감지될 수 있습니다. 결국 자기가 「가」 라고 읽으려고 했던 글자가 자기에게는 「아그」로 들리면서 더 이상 글 배우기를 계속할 수 없게 됩니다.

 


 

  글을 전혀 읽지 못함으로서 글과는 거의 관계가 없는 직업(농업, 어업 등)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실제로 우리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그들이 머리가 나빠서 글을 배우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들 중 기계조작, 암산(暗算) 등에서 빼어난 능력을 나타내는 이들도 많이 있는 것으로 볼 때 그들의 지능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 아닙니다.

 

 

 

2-3.받아쓰기 실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받아쓰기에서 실수를 많이 하는 어린이들은 대체로 발음 역시 부정확합니다. 자기에게 들리는 데로 말을 배워 부정확한 발음을 하듯이 받아쓰기를 할 때에도 역시 자기에게 들리는 데로 쓰다 보니 엉뚱한 단어들을 쓰게 되는 것입니다. 그 어린이들이 받아 쓴 답장들을 유심히 관찰하면 같은 음에서 비슷한 실수를 계속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위 그림과 같은 잘못된 받아쓰기의 경우에는 그나마 청각왜곡의 정도가 그다지 심하지 않기 때문에 모음의 간섭을 비교적 덜 받는 자음들 즉 각 단어의 첫 자음들(「등대지기」와 「등대 불」의 「ㄷ」, 「환하게」의 「ㅎ」 그리고 「밝혔습니다」의 「ㅂ」)은 정확히 듣고 받아썼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찬수보다 더욱 심하게 청각이 왜곡되어 「응아이이우 응아우우 와아에 아어우이아」로 들려서 그대로 발음하는 어린이도 있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는 것은 찬수 같은 어린이들도 간혹 받아쓰기에서 100점을 맞을 때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받아쓰기를 잘 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의 대표적인 세 가지 유형들을 통해 이런 현상을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a) 말을 배우기 전부터 왜곡된 청각을 지닌 어린이

  이 어린이는 언어를 처음 접하는 순간부터 자신만의 음의 세계에서 착각 속에 살게 됩니다. 예를 들어, 태어나면서부터 「ㄱ」 음이 들리지 않는 어린이에게는 「ㄱ」 이란 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ㄱ」 음이 「ㄷ」 음으로 들려 「고릴라」를 「도릴라」로 알고 있는 어린이는 글을 배우면서 자기 귀에 「ㄷ」 비슷하게 들리는 음은 「ㄱ」으로 써야 함을 스스로 터득하게 됩니다. 그 어린이는 「고릴라」라는 단어를 말하거나 읽을 때에는 「도릴라」라고 발음할 지라도 글로 쓸 때에는 「고릴라」로 쓸 수도 있을 것입니다.

 


b) 말을 어느 정도 배우고 난 후 왜곡된 청각을 지니게 된 어린이

  이 어린이는 비교적 정확한 발음으로 책을 읽거나 말을 하면서도 받아쓰기는 엉뚱하게 할 때가 많습니다. 그 어린이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깨끗이 듣지 못하므로 마치 우리가 잘 들리지 않는 전화로 주소, 이름 등을 받아 적다 보면 잘 못 적을 수도 있듯이 받아쓰기에서 실수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어린이도 교과서 등을 통해서 이미 익숙해진 단어나 문장은 정확히 들리지 않더라도 제대로 받아쓸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 어린이가 선생님의 목소리를 깨끗이 듣지 못하는 것은 귀가 어두워서가 아니라 주변 소음들을 상대적으로 크게 듣기 때문이므로 조용한 장소에서는 받아쓰기를 매우 잘 하기도 합니다. 학교에서의 받아쓰기에서는 형편없는 점수를 받으면서도 집에서 엄마가 불러주면 잘 받아쓰는 어린이들도 있는데 이는 집이 학교보다 훨씬 조용한데다가 엄마는 선생님보다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읽어주기 때문입니다.

 

 

c) 오른 쪽 귀와 왼쪽 귀 청각의 차이가 심한 어린이

  이런 청각을 지닌 어린이는 상대방 말의 단어 하나하나를 이해하는 데에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선생님이 표준 속도로 문제를 읽어 나가면 그 어린이는 문장의 첫 단어 외에는 받아쓰지 못할 것입니다. 외국어 청취를 하던 도중 낯선 단어와 마주침으로서 그 단어의 의미를 생각하느라 그 단어 이후의 말들을 놓쳐버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그 어린이도 단어 하나하나에 약간의 시간 간격을 두고 천천히 읽어주면 정확히 받아쓸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받아쓰기에서 유난히 실수를 많이 하는 어린이들은 거의 모두가 왜곡된 청각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청각이 왜곡된 시점이 언제이든 간에 말소리를 정확히 듣지 못하는 그들에게 있어 받아쓰기란 넘기 힘든 하나의 높고 험한 산과도 같습니다. 바로 앞에서 소개된 신문기사의 주인공인 찬수는 다행스럽게도 청각왜곡의 정도가 매우 미약하여 초보적인 학습인 읽기와 쓰기가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찬수보다 더욱 심하게 왜곡된 청각으로 인해 멀쩡한 지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기초 학습조차 전혀 되지 않는 어린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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