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T>4. 3개월의 유예기간

4. 3개월의 유예기간

  제대로 치료가 이루어졌을 경우, 모든 청각왜곡 현상들은 AIT를 마침과 동시에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나 청각이 정상화되었다고 해서 모든 행동상의 문제들이 즉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잘못된 청각에 익숙해져 있던 뇌가 단 10일 만에 생긴 이 급속한 변화를 일순간에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신체기관들의 적응능력은 매우 뛰어납니다. 잘못된 청각으로 인해 오랜 기간 동안 왜곡된 정보를 접해왔던 뇌는 이미 그 환경에 적응을 마친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청각이 정상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이 자체가 뇌로서는 다시 한 번 적응해야 할 매우 낯선 환경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뇌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에 걸리는 기간이 모두에게 같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베라르 박사가 많은 대상자들을 통하여 확인한 바로는 어린이든 성인이든 간에 AIT를 마친지 약 3개월 후부터 본격적인 향상을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청각이 직접적인 요인이 되어 생기는 증세인 발음부정확, 소리에 의한 통증 등은 이보다 훨씬 빨리 바로잡히는 경향이 있지만 청각이 뇌에 영향을 끼침으로서 발생하는 산만함, 난폭한 성향 등 행동상의 문제들은 3개월 정도가 지나야 사라지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뇌가 새로운 청각에 적응하는 데에 소요되는 기간이 대략 3개월 정도임을 짐작하게 됩니다.

  이 3개월의 유예기간 중 그 당사자에게서 여러 종류의 행동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의사표현이 자유롭지 못한 자폐성향 어린이들의 경우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상의 변화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AIT 이후에 차분해 지는 듯 하다가 갑자기 AIT 이전보다도 더욱 산만해지기도 하고 오래 전에 사라졌던 버릇들(손가락을 빨거나 귀를 막는 등의)이 다시 나타나기도 합니다. 전에 없던 공격성향이 생겨서 친구나 동생을 때리는 어린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행동들은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지만 제법 오랜 기간 지속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3개월의 유예기간이 지난 후에도 이런 퇴행성 행동을 보이는 어린이는 거의 없습니다.

  3개월의 적응기간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3가지 예를 들어 설명 드리겠습니다.

예 1) 야구 투수들 중에는 주로 사용하는 팔의 중요한 인대가 무리한 사용으로 인해 끊어져서 다른 팔의 같은 인대를 이식하는 수술을 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럴 경우, 그 인대 접합수술은 몇 시간이면 끝나겠지만 그 팔을 예전처럼 자유롭게 사용하려면 3개월 정도의 기간이 필요합니다. 뇌가 그 새로운 인대를 완전히 인식하는 데에 그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예 2) 조용한 시골에 살던 건강하고 성품이 좋던 사람이 시끄러운 공장에 취직하여 여러 해를 보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기계 소리에 시달려 가며 오랜 세월을 지낸 그 사람은 짜증이 심하고 공격적인 사람으로 변해 있을 수 있습니다. 불면증, 만성두통 등의 증세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도 큽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직장을 그만두고 예전의 시골로 돌아왔다고 해서 그 즉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오랜 세월을 통해 몸에 밴 나쁜 타성들이 완전히 빠져나가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예 3) 독일의 한 과학자가 인간의 적응력을 실험해 보기 위해 모든 것들을 거꾸로 보이게 하는 특수 안경을 고안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그 안경을 직접 쓴 채 혼돈의 세상을 경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넘어지거나 접시를 깨뜨리는 등의 큰 혼란을 겪던 그는 그 안경을 쓴 지 3개월 정도가 지나면서부터 더 이상 세상이 뒤집혀 보이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각을 담당하는 뇌 세포가 뒤집힌 채 들어오는 시각정보를 올바로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확인한 후 그 동안 쓰고 있던 안경을 벗은 그가 원래의 환경에 적응하는 데에는 또 다시 3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AIT의 성과를 가늠하는 데에 있어서도 이 3개월의 유예기간은 반드시 감안되어야 합니다. 뇌가 청각상의 변화를 완전히 받아들인 후에 나타나는 변화가 진정한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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