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문병수

성별 : 남

나이 : 당시 만 8세

(청각검사 안 됨)

 병수 부모 모두는 서울 사람들이었으나 대전에서는 자폐 아동들을 일반 아동들과 통합하여 교육시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전으로 이사하여 살고 있었습니다. 1996년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던 병수는 대화 능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뛰어난 암기력으로 모든 교과서들을 다 외우고 있었으므로 학습면에서는 다른 어린이들에 뒤질 것이 없었습니다.

 병수는 소리에 민감한 청각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끄러운 교실에서도 인내심을 발휘하여 잘 참으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비오는 날만은 예외였습니다. 병수는 비가 심하게 오는 날이면 수업시간에도 괴성을 지르며 남의 책상위를 뛰어다녔으며 운동장으로 뛰쳐나가 귀를 막은 채 바닥에 뒹굴기도 했습니다. 빗소리가 너무도 괴로웠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병수를 특수학교로 전학시키라는 그 학교 교장선생님과 그럴 수 없다는 병수 엄마 사이에 여러 번에 걸쳐 마찰도 있었다고 합니다.

 병수는 그 해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하여 저를 찾았으며 AIT 초기에 한 번 토한 것을 제외하곤 아무 탈 없이 10일간의 일정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AIT를 마친 후 처음 맞는 학기인 2학기에 병수에게는 많은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그 변화들을 열거하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1. 비오는 날도 차분히 자리에 앉아있음.
2. 예전에는 알림장에 처음 몇 단어 외에는 적지 못했으나 이제는 끝까지 다 적어 옴.
3. 동생에게 TV 채널을 양보함.
4. 발음이 정확해 짐.
5. 11월부터 반 친구들을 집으로 데리고 옴.

 병수는 그 후에도 두 번 더 AIT를 받았습니다. 특히 병수의 3차 AIT 때(1999년 여름)에는 병수의 남동생(발음부정확)과 엄마(음치)도 함께 AIT를 받았는데 그들에게서도 좋은 결과가 있었습니다. (3차 AIT 때에는 병수의 청각검사가 이루어졌습니다.)

 2001년 가을에 제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병수는 의젓한 일반 중학교 학생으로서 예전에 같이 특수교육을 받던 친구들의 부모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제게 전해준 그 분에 따르면 자기는 병수와 자주 대화를 나누는데 병수에게서 어떠한 어색한 점도 발견할 수 없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