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지적장애/조음장애 어린이의 청각검사 그래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자 2013-07-15
조회수 3739

 만 5세 여자 어린이 안수지(가명)는 발음이 매우 부정확하기는 했지만 대화가 가능한 어린이여서 청각검사가 시도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른쪽 귀 125 헤르츠부터 시작된 검사가 1500 헤르츠에 이르자 수지는 지루해 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른쪽 귀 검사를 고집하다가는 왼쪽 귀 검사는 시작도 못할 분위기여서 오른쪽 귀의 나머지 주파수들을 생략하고 바로 왼쪽 귀 검사로 들어갔습니다. 오른쪽 귀 검사를 완료하는 것보다 왼쪽 귀의 125 ~ 1500 헤르츠를 확인하는 것이 시급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조음장애 어린이들은 125 ~ 1500 헤르츠에서 문제가 드러납니다.


* 가로수치(125 ~ 8000)는 주파수(헤르츠), 세로수치(-10 ~ 100)는 소리크기(데시벨).

* 좌측 그래프는 우측 귀, 우측 그래프는 좌측 귀.

* 상단은 AIT 이전의 그래프, 하단은 AIT 이후의 그래프.

* 검사의 모든 과정은 보호자 입회 하에 진행됨.


 


 

 수지 역시도 양쪽 귀 모두 모음의 주파수인 1000 ~ 1500 헤르츠에 비해 자음의 주파수인 125 ~ 750 헤르츠가 약하게 들리는 청각을 지니고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양쪽 귀 모두의 높은 주파수들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AIT를 위한 필수 정보는 수집된 셈이었습니다.


 

 검사 당일로 AIT가 시작되었는데 분리불안이 심하다던 수지는 엄마의 걱정과는 달리 엄마와 떨어져 편안한 자세로 10일간의 AIT를 마쳤습니다. AIT 마지막 날의 최종검사에선 큰 어려움 없이 모든 주파수들을 양쪽 귀 모두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수지는 이제 모든 소리들을 균일하게 듣는 좋은 청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수지는 10일 간의 AIT 기간 중 이미 많은 변화를 보여 부모를 기쁘게 했습니다. 발음이 전보다 훨씬 정확해졌으며 한 살 아래 남동생과의 대화시간도 전과는 비교할 수 없게 길어졌다고 합니다.
 


 언어발달보다도 엄마가 더욱 기뻐하는 것은 수지의 소리에 대한 반응이었습니다. 9일째 AIT를 마친 날 저녁, 같은 아파트의 다른 집으로부터 드릴소리가 들려 엄마를 긴장시켰습니다. 드릴소리는 수지가 가장 무서워하던 소리들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전 같으면 귀를 막고 괴로워할 수지가 태연히 동생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번 가을에 출간할 책의 원고를 정리하던 중 수지와 매우 흡사한 청각그래프를 발견했습니다. 10여 년 전 저를 찾았던 김유미 씨(가명, 당시 만 30세)의 것이었습니다.


 


 전남 광주에서 부모와 살고 있던 미혼여성 김유미 씨(가명)는 우연히 제 홈페이지를 접한 친언니의 권유로 언니와 함께 저를 찾았습니다. 청각검사 결과, 소음(2000 헤르츠 이상)에 매우 민감하여 사람목소리125 ~ 1500 헤르츠)가 파묻혀 버리는 청각이 확인되었습니다. 사람목소리 중에서도 특히 자음이 흐리게 들리는 청각이었습니다. 양쪽 귀 모두 중저음 주파수(125 ~ 1500 헤르츠)의 청각은 AIT 이전 수지의 것과 매우 흡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 가로수치(125 ~ 8000)는 주파수(헤르츠), 세로수치(-10 ~ 100)는 소리크기(데시벨).

* 좌측 그래프는 우측 귀, 우측 그래프는 좌측 귀.

* 상단은 AIT 이전의 그래프, 하단은 AIT 이후의 그래프.

* 검사의 모든 과정은 보호자 입회 하에 진행됨.


 

 서울의 명문대학교 출신인 언니는 어릴 때부터 고향에서 동네사람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았던 반면 김유미 씨는 「바보」라는 놀림을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언어장애와 학습장애가 심했던 김유미 씨는 초등학교 졸업 후 장애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쳐야 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김유미 씨는 학교에서 돌아와서 “나는 선생님 목소리가 잘 안 들려” 란 말을 자주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당시 그 집 식구들 중 유일하게 새벽마다 두부장수의 종소리에 잠을 깨는 김유미 씨의 그런 말을 부모가 믿을 리가 없었습니다. (그 동네에는 새벽 마다 두부장수가 종을 치면서 다녔다고 합니다.)


 

 그날 밤 언니로부터 김유미 씨의 청각에 관한 얘기를 전해들은 고향의 부모들은 울음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귀는 제일 밝은 애가 거짓말 한다며 야단만 쳤던 자신들의 행동이 너무도 후회스러웠기 때문입니다.


 

 다음 날 언니와 함께 다시 저를 찾아 AIT를 시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김유미 씨에게 제가 물었습니다.


 

 "귀는 고칠 수가 있겠지만 지금 나이에 귀를 고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지금 나이에 학교를 다시 다닐 것도 아니고 하여 저도 망설여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김유미 씨가 어눌한 말투로 대답했습니다.


 

 ”제가 곧 결혼을 해요. 약혼자가 있거든요. 앞으로 애들이라도 잘 키우려면 지금이라도 귀를 고쳐야 할 것 같아요.“


 

 결국 김유미 씨는 AIT로서 정상범주의 청각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 후 김유미 씨의 소식을 듣지는 못했지만 만약 김유미 씨가 안수지 어린이처럼 어린 나이에 AIT를 받았다면 인생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안수지 어린이나 김유미 씨 모두 병원에서 받은 진단명은 조음장애를 동반한 지적장애(정신지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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