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 김정선

성별 : 남

나이 : 당시 만 7세

 정선이는 1990년 12월 생으로서 원래는 그해(1997년) 봄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였으나 언어지체가 워낙 심하여 입학이 1년 유예된 상태에서 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정선이는 제 사무실에 들어올 때 왼쪽 귀에 보청기를 끼고 있었습니다. 그를 청각장애아동으로 생각한 저는 그의 어머니에게 난청에는 AIT가 큰 효과를 가져다 주지 못함을 미리 말씀드렸습니다. (AIT가 난청의 진행을 막아주는 역할은 하지만 죽은 청각세포 자체를 살리지는 못합니다) 정선이는 다른 사람들이 전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발음이 심히 부정확했지만 간단한 의사표현은 할 줄 아는 어린이였기에 저는 청각검사를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행해진 청각검사에서의 결과는 너무도 의외였습니다. (정선이는 검사기로부터의 소리가 들리면 드 안 들리면 아 하고 대답했습니다.) 정선이는 난청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청각을 지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의 오른쪽 귀는 제가 그때까지 본 것들 중 가장 심하게 왜곡되어 있었으며 그의 왼쪽 귀는 주파수에 관계없이 청각검사기가 내는 가장 작은 크기인 -10 데시벨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엄청나게 민감했습니다.

 정선이는 결국 (한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권유로) 그렇지 않아도 소리를 남들보다 수 백 배 소리를 잘 듣는 왼쪽 귀에다 보청기까지 낀 채 지난 1년간을 보낸 것이었습니다. 정선이는 왼쪽 귀가 주변에서 나는 소리를 지나치게 많이 그리고 지나치게 크게 들음으로 인해 막상 앞에서 나는 소리는 잘 듣지 못한 것입니다. 왼쪽 귀에 시끄러운 모터를 달고 다녔던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의 오른쪽 귀 역시 그 왜곡의 정도가 너무도 심하여 사람의 말소리를 도저히 정확히 들을 수 없는 상태였던 것입니다. 정선이는 1년 전 그 대학병원에서의 청각검사에서 담당의사의 지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함으로서 청각장애라는 터무니없는 진단을 받게 된 것이 분명했습니다.

 AIT 종료 후의 청각검사 결과는 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좋았습니다. 저는 정선이 왼쪽 귀의 청각이 정상화되리라는 예상은 했으나 최소감지능력(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크기)이 45 데시벨이던 그의 오른 쪽 귀의 1000 데시벨에 대한 청력이 5 데시벨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향상되리라고는 상상치 못했던 것입니다.

 그 해 봄 저는 정선이 어머니로부터 정선이가 매우 열심히, 그리고 자발적으로 말을 배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전까지 정확한 말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던 정선이에게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들리기 시작하는 우리말이 마치 하나의 외국어와도 같았을 것입니다. 그 다음해 봄 초등학교에 입학한 정선이는 받아쓰기에서 100점을 맞기도 하는 등 그런 대로 무난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발음이 정확치는 못했으나 다른 사람들이 전혀 알아듣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