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 오재훈
성별 : 남
나이 : 당시 만 7세
재훈이는 발음이 매우 부정확하여 지난 1년
6개월 동안 언어치료를 받고 있었으며 큰 키와 잘생긴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사회성이 부족하여 친구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재훈이는 만 2세가 되기 전에 경기(驚氣)를 심하게 한 적이 있으며 그 날 이후 다시 경기를 한 적은
없었으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정기적으로 경기 예방약을 복용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청각검사에서는 오른 쪽 귀의 심한 청각왜곡과 왼쪽 귀의 우울증 증세(이상증상 > 우울증참고)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AIT 첫날 처음 30분 동안 재훈이는 「시뜨러워요」를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시끄러워요」를 「시뜨러워요」로 발음하는 재훈이가
처음 30분간의 AIT를 마치자마자 저는 「ㄱ」 발음이 들어간 단어들 몇을 발음시켜 보았습니다. 그러자 재훈이는 「코끼리」는 「또띠리」로 「꾀꼬리」는 「뙤또리」로 발음하는 등 모든
「ㄱ」음을 「ㄷ」 으로 발음하는 것이었습니다. 옆에 있던 재훈이 아빠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옆에 있던 칠판에 「학교」를 쓰고 재훈이에게 읽어보도록
하자 그는 이 역시도 「핟됴」로 발음했습니다. 재훈이는
특이한 청각으로 인해 「ㄱ」을 「ㄷ」으로, 그리고 「ㅋ」을 「ㄸ」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즉, 그에게 있어서 「ㄱ」과
「ㅋ」은 존재하지 않는 음과도
같았습니다.
10일간의 AIT 기간 동안 재훈이는 전과는 전혀 딴판인 활달한 소년으로 변모되어 있었습니다. 다른 어린이들과 눈만 마주쳐도 눈물을 글썽이던 재훈이가 불과 10일 만에 자기 또래의 어린이만 보면 어깨를 툭 치며 장난을 걸 정도로 씩씩한 어린이가
된 것입니다. AIT 종료 후에 청각검사에서 재훈이가 완벽하지는 않으나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좋은 청각을 지니게 되었음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최종 청각검사가 끝난 후 제가 재훈이에게 「코끼리」를 발음해 보도록 하자 그는
매우 힘들게, 그러나 제법 정확하게 「코끼리」를
발음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생소한 외국어 발음을 처음 접할 때 쉽게 발음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생전 처음으로 들어보는 음인
「ㅋ」을 발음하는 것이 재훈이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재훈이의 AIT가 끝난 지 약 10일 후 25세 가량의 젊은 여성이 저를 불쑥 찾아와 검사를
요청했습니다. 청각검사 결과, 심한 우울증 증세가 발견되어 제가 그녀에게 이에 관해 설명하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리둥절한 저는 그녀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런 증세라면 보통 신경정신과를 찾을텐데 어떻게 저를
찾으셨나요?"
그녀는 대답했습니다.
" 제 조카 우울증이 고쳐지는 것을 보고 여길 오게 된
거예요."
그녀는 바로 재훈이의 고모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