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 박진수

성별 : 남

나이 : 만 11세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진수는 간단한 덧셈, 뺄셈도 못하는 데에다 읽기, 쓰기도 전혀 되지 않는 심각한 학습장애 증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진수를 위해 대안 학교를 물색 중이던 그의 부모는 주변의 권유로 제 사무실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진수 어머니는 저를 찾기 얼마 전 큰 기대를 가지고 한 유명 대학병원을 찾았습니다. 그곳 담당의사의 지시로 진수의 뇌 사진을 찍는 데에만 280만원이 소요되었습니다. 결과를 알아보기 위해 다시 그 병원을 찾은 진수 엄마에게 담당의사는 자신의 소견을 알려주었습니다.

"진수는 언어지체가 있고 학습장애가 있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해결책은 없습니다."

 진수 엄마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익히 알고 있던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 300만원 가까운 비용을 허비한 것이었습니다.

 진수의 발음이 매우 나쁘기는 했으나 간단한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으므로 청각검사는 수월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청각검사 결과, 진수는 모든 주파수의 소리들을 -10 데시벨의 크기부터 듣기 시작하는 지극히 예민한 청각을 지니고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즉, 진수는 너무도 많은 소리들이 귀로 유입됨으로 인해 막상 들어야 할 소리는 제대로 듣지 못한 채 여태껏 살아온 것이었습니다. 그 동안 진수가 겪었던 언어장애와 학습장애의 원인이 밝혀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청각검사가 끝난 직후 진수 엄마는 놀라운 사실을 제게 밝혔습니다. 그녀는 이미 7년 전에 당시 만 4세이던 진수를 데리고 저를 찾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AIT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고 또한 진수의 청각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저의 설명이 납득이 가질 않아 진수에게 AIT를 시키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진수는 언어가 전혀 되지 않아 청각검사가 이루어 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곧바로 AIT가 시작되었고 AIT 종료 후의 청각검사결과는 진수가 모든 주파수의 소리들을 고르게 듣게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수가 정상적인 청각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모든 문제들이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소음의 굴레로부터 비로소 해방된 진수는 이제부터 초보적인 수학, 한글 등을 배우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진수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진수가 만약 7년 전에 AIT를 받아 청각을 고쳤더라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있을 것인가"

진수 엄마도 저와 같은 생각이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