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이민정
성별 : 여
나이 : 당시 만 5년 11개월
(청각검사 안 됨)
2001년 1월에 저를 만나게 된 민정이는 언어가 전혀 안 될 뿐 아니라 심한 자해성향에 간혹 남을 물어뜯기까지 하는 어린이었습니다.
민정이 엄마에 따르면 수면장애를 해결해 보려고 6개월 전부터 신경정신과 약을 복용시키고 있는데 남을 물어뜯는 행동은 그 약의 복용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신경정신과에서 조제해 준 그 약이 수면문제 해결에도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아 복용을 중단시키려고 해도 그 약을 안 먹이면 자해성향이 더욱 심해지므로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약을 먹이고 있다며 민정이 엄마도 안타까워 했습니다.
민정이 엄마는 자신의 팔뚝에 난 흉터들을 저게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민정이에게 물려서 생긴 상처들이었습니다.
민정이는 대기실에서부터 요란하게 울기시작했으며 제 방에서는 벽과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딛치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AIT 첫날 첫 시간 저는 헤드폰을 팽게치며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민정이와 30분 내내 씨름을 해야 했습니다. 첫날의 두 번째 시간에 저는 민정이를 얼굴을 저를 향하게 한 상태에서 제 무릎에 앉혀 놓았습니다. 얼마동안 잠잠히 앉아 음악을 듣고 있는 민정이를 바라보며 제가 마음을 놓으려는 순간 민정이는 갑자기 자기 팔뚝을 피가 날 정도로 심하게 깨물었습니다. 제가 이를 급히 제지하자 이번에는 민정이의 이가 저를 향해 날라왔습니다. 제가 재빨리 몸을 피하는 바람에 민정이의 공격목표였던 저 대신에 제 넥타이가 민정이 이에 물리게 되었습니다. 30분간의 AIT를 끝내고 대기실로 나온 민정이는 이번에는 몸을 뒤로 날려 바닥을 자기 뒤통수로 받았습니다.
10일간의 AIT는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민정이가 자기 팔뚝을 무는 것을 저지하랴, 저의 목덜미를 겨냥해 날아오는 이빨을 피하랴, 의자로부터 머리를 바닥으로 향한 채 뛰어내리는 것을 저지하랴, 저는 민정이가 음악을 듣고 있는 30분 내내 단 1초도 방심할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민정이는 제 사무실에 오기 위해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목청껏 울기 시작했으므로 저는 사무실에 앉아서도 민정이가 근처에 와 있음을 알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AIT 10일째 되던 날, 저는 그날도 역시 창밖에서 들리는 민정이의 울음소리를 통해 민정이가 오고 있음을 알고는 서서히 긴장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제 무릎에 앉아 AIT를 시작한 민정이는 곧 바로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원래 AIT 음악을 듣는 동안 잠을 자면 안 되지만 저는 민정이를 깨우지 않았습니다. AIT 효과가 약간 감소되는 한이 있다라도 수면장애가 있던 아이가 이렇게 곤히 자는 것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지막 날의 두 번째 시간에도 마찬가지로 민정이는 헤드폰을 쓴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골아떨어져 버렸습니다. 30분 거의 내내 제 무릎에서 잠을 잔 민정이는 제가 시간이 되어 헤드폰을 벗기자 웃는 얼굴로 대기실의 엄마를 만났습니다.
민정이 엄마에 의하면 전 날밤 민정이가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밤새 깨지 않고 깊은 잠을 잤다고 합니다. 이렇게 낮잠을 자는 것 역시 돌 지나고 처음 있는 일이라며 신기해 했습니다.
민정이가 AIT를 마친 바로 다음 날 아침 10시경 저는 민정이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고는 바짝 긴장했습니다. 혹시 민정이가 누구를 심하게 물어뜯는 등의 사고를 저지른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민정이 엄마는 말했습니다.
저는 밤잠을 깊이 자지 못하던 어린이들에게는 쌓인 피로가 있으므로 당분간은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잠을 잘 수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약 1년이 지난 후 저는 민정이 엄마로부터 민정이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자해성향과 남을 깨무는 행동은 AIT가 끝난 직후 사라졌으며, 밤잠 역시 (약을 먹이지 않는데도) 그날 이후 계속 잘 자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요 근래에는 "물 주세요."등의 꼭 필요한 말들은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학습태도도 전과는 비교할 수 없게 좋아졌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