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김마리
성별 : 여
나이 : 당시 만 5년 8개월
마리는 미국에서 태어나서 만 4세까지 그곳에서 자라다가 아빠가 유학을 마침으로서 가족과 함께 한국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마리는 89년 2월 생이어서 다음 해(1995년) 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을 해야 했지만 94년 가을이 되도록 아직 하나에서 열까지도 제대로 세지 못할 정도의 심한 학습장애 증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마리는 발음도 매우 부정확하여 부모 이외의 다른 사람들은 마리을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마리가 외국에서 살다 와서 그런 것이므로 곧 좋아질 거라고 부모를 안심시켰으나 한국에 온 지 1년 반이 지났음에도 발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마리를 보며 마리 부모는 근심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특히 마리의 이웃에도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다가 최근에 한국에 온 마리보다 한 살 많은 남자 어린이가 있는데 그 어린이는 한국말과 영어 모두를 잘 하여 영어도 한국말도 못하는 마리와 대조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마리가 기본적인 의사표현은 가능한 어린이었으므로 청각검사는 어려움 없이 이루어졌습니다.
검사결과, 마리는 모음(1000-1500 헤르츠)을 자음(125-750 헤르츠)에 비해 크게 듣는 청각을 양쪽 귀 모두에 지니고 있었습니다. 마리의 언어장애와 학습장애의 원인이 바로 잘못된 청각에 있었던 것입니다.
청각검사의 전 과정을 옆에서 지켜 본 마리 엄마는 제가 청각검사 결과를 설명하자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동안 청각이 잘못된 것도 모르고 마리를 윽박질렀던 것이 너무도 후회된다는 것이었습니다.
AIT로서 마리는 자음과 모음을 고르게 듣는 청각을 양쪽 귀 모두에 지니게 되었습니다. 마리 부모는 저와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었으므로 우리는 그 후에도 자주 만날 수 있었습니다.
AIT가 끝난지 한 달이 채 안 된 11월 중순 경, 저는 마리 엄마, 마리와 함께 상가 5층에 있는 교회에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마리가 '소-화-전'하고 말했습니다. 어리둥절하여 주변을 돌아보던 저는 엘리베이터 옆의 소화기를 발견했는데 그 받침대에는 '소화전'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깜짝놀란 제가 마리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마리 엄마가 대답했습니다
"예, 며칠 전부터 갑자기 동네 간판들을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어요. 전에는 그렇게 열심히 가르쳐도 안 되더니....... 요즘은 발음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어요."
마리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하나부터 열까지도 세지 못해 구박 받던 어린이라고 하면 다른 사람들은 믿지 못했을 것입니다. 마리는 다음 해 봄, 똑똑하고 수다스런 초등학생이 되었습니다.
